주프랑스한국문화원(원장박재범)은2019년5월29일부터7월17일까지재불청년작가협회의 36회정기전시회« PATTERNS » 전을개최한다.
15명의작가가참여하는이번전시는전시제목에서도짐작할수있듯이, 지금까지견지해온각자의작업을조금은색다르고독특한각도에서재고해볼수있도록다의적인해석의여지가있는 « 패턴 »이란주제로발전시켜보았다.
패턴은모델,원형, 문양또는반복적으로대상에서관찰되는특성을뜻하며보편성을띠는가하면, 용어의의미적관점에서볼때단순함(단순화된)과동시에총괄적,즉완전함의의미도함께포함하고있다.
패턴은본질적으로기초를이루는개체이며원형적(archetype)이고리드미컬하며그래픽한속성을지닌다.
이주제는자신의작업을객관적으로일정거리를두고볼수있게끔하거나형식에치우친작업을유도할수있겠고, 다른한편으로는의도하였던또는의도하지않았던작업에서반복적으로드러나는특정모티브에대한심층적인분석과탐구를통해작업과정의보다근본적인문제에접근하도록한다.
패턴이란용어를언급하자면, 1970년대중반에서 80년대초반미국을중심으로일어났던« 패턴앤데코레이션 (Pattern and Decoration) », 또는« P&D », « New Decorativeness »로불리었던미술운동을떠올리지않을수없다.
이는전후의지배적예술경향 (추상미술, 남성작가들이주도권을장악한주류미술,서구중심적미술)에반하여, 중동의장식예술이나민족적혹은민속적인소위에스닉모티브에서영감을받은생활공간속의벽지, 이불덮개, 천, 인쇄물등의장식적오브제를차용하는가하면,특히여성에국한된가사활동으로분류되었던자수등공예에대한재평가를통해미술의영역을넓히는구실을한미술운동이었다.
이번전시의참여작가들은« 패턴 »을주제로각자의작업에대한내면적탐구는물론,이같은미술운동의발단이된일종의« 저항 »요소들을개입시켜작업을구상하였다.
이는작품을보는또는설치하는방식에혼란을야기하도록작가들이설정하여작업에공통적으로적용한프로토콜로서전시전반에걸쳐찾아볼수있다.
이렇듯패턴은이들작가에게시각적도구가되고작업의본질에다가가도록돕는동시에,정치적뿐만아니라사회적,철학적,미학적인사고를이끄는중심축으로작용한다.
김보미는시각적인식에대한작업의연장선에서« 벽 »을모티브로하는설치작품을선보인다.벽은그에게생략되거나불필요하게남겨진부수적인요소로서균열과빛,그림자등일종의극적장치를통해 « 보도록 »유도되는대상이된다.
김희연또한대상을어떻게지각하는가에초점을둔작업으로, 작가가기존에해온이미지의변형과다중시점의설정을통한화면구성에서전환하여회화의화면, « 틀 »이라는물리적인구조를통해이를보여주고자하였다.
김정희는유사한맥락에서무한과반복사이에서인식하는오브제, 다시말해오브제를시각적으로파악하기위한물리적움직임에서패턴의개념을찾는다.
홍보라는이와는조금다른관점에서작업의주요소재로서의몸과흑백이미지를통해익숙한몸을 « 낯설게 » 하는설정으로,이미지식별에혼돈을주는식으로인식의문제에접근한다.
한편권혁이는제스처의반복을통해패턴을살펴본다.
작가는외부적개입이또다른형상과의미를만들어내는것과더불어,행위의« 반복 »으로형성되는패턴을통해일률적이고의미가소모되어단순화된개체가아닌시간의무게를지니는존재론적물음에도달한다.
조주원은그의자화상시리즈안에서일상의패턴화, 소외, 허무등현대인이처한상황을자신의존재에대한물음과반복적제스처,언어유희등다양한장치를통해은유적으로표현한설치작업을보여준다.
엄도현은투명종이에인쇄한다양한각도의이미지들을겹쳐서한화면에보여줌으로써어딘가자리잡은기억을소환해내는동시에새로운이미지를생성해내는 palimpseste의심리적메커니즘을재연하는데, 이는기존의패턴화된이미지읽기에일종의장애요소가된다.
무의식과기억,메모리의소재는이들작가의작업에서가장흔히관찰되지만매우독창적이고개성적인방법으로표현되는소재이기도하다.
박혜정은반복적으로출현하는작업속의패턴, 모티브에서작가의일상과삶, 기억, 상상의영역을다루는데,이는지우고다시그려나가는그만의프로세스를통해또다른패턴으로표출된다.
정다정또한반복적으로다루는주제나작업방식, 색사용과구성에서패턴이란개념을차용한다.
한편하유미는하루 24시간동안의시간과공간, 행동등의기록을 « 패턴화 »하여한화면에담는데,숫자나심볼등응축된의미를담은모티브를통해표현한다.
윤귀덕은파괴의속성을지닌불, 태우는행위를통해« 재생산 »된이미지에서작업프로세스의패턴화를부각시키는설치방법을고민하였고,김기주또한재료의물성과프로토콜사이에서예기치않게발생하는요소들, 목재의견고함에따라재단이나염색정도에조금씩생기는« 변수 »로인한조화와부조화가일정한패턴을이루는데주목한다.
이지선에게패턴은반복적인행위와이런행위를담고있는다중의시간개념을드러내는« 공간 »으로읽힌다.
종이의빈공간에반복적인제스처를통해그어진선들이남긴흔적,이는배경을이루기도하고움직임과방향, 감정을표현해내는가하면시간의흐름을나타내는지표로작용하기도한다.
이성아에게« 선 »은반복적인모티브로서의패턴으로선이지니는모순과이중성을통해작업을철학적인견지에서살펴본다.
이담은우리선조들의시간과공간개념을대변하는오행, 십이지신, 육십갑자등에서영감을얻어이를세상이돌아가는이치를이해하고파악하는일련의패턴으로간주하고작가의상상을가미하여만들어낸오브제와설치등으로보여준다.
5월29일오프닝이벤트로무용가겸안무가로활동하는김시아는공간과음악적시간성, 율동감을통해패턴이란주제에접근하는퍼포먼스를선보인다.
이는그림을그리는제스처나무의식또는의식적으로나타나는정형화된형상과소재, 반복적작업방식등에서패턴을해석한작가들의전시에보완적,일련의시너지가되는퍼포먼스공연이될것이다.
한가지주제를정하여프로세스를함께고민하고도전하는것은,협회내에서정체성을유지하며공통적이고집단적인 « 작동모드 »를찾고자하는청년작가들의연년행사가되었다.
이번전시는의심할여지없이,뜨거운창작의지로똘똘뭉쳐다양성을추구하며새로운활력을꾸준히불어넣고있는이들열다섯작가의또다른발견의기회가될것이다.
1983년창설된청년작가협회는프랑스에서활동하는한국작가들로구성되어있다.
매년정회원작가들을중심으로문화원에서열리는정기전과프랑스또는해외에서의각종전시프로젝트를통해회원작가들간의, 또는세계각지에서온예술가들과의정보공유와나눔, 교류를지향하고있다.
올해는 16명의정회원과 5명의신입회원으로구성되어총 21명의작가가활동중이다.
전시 큐레이터 전상아